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자기개발(경제.경영.마케팅/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4 기회를 빼앗기는 지나친 겸손

by 탄천사랑 2023. 5. 27.

· 「조세미 -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4 기회를 빼앗기는 지나친 겸손
어려서부터 자신의 장점이나 업적을 남들 앞에 내세우기보다는 겸손하게 감춰야 한다고 교육받아 온 탓에, 
우리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PR 해야 하는 서구적인 기업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우는 아이 젖 한 번 더 준다'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내 마음속까지 들어와 보며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 조직을 위해 내가 무엇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내 실력을 알아주려니 하고 있다가는,
있는 능력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밀려나거나 그늘에 숨어 이름 모를 풀꽃으로 시들어버리기 십상이다.

한국인들이 예의바른 속사정
동양권 인재들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할 때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자주 겪는다.
가령,  우리 인재들은 연장자나 회사의 높은 사람들이 많이 참석한 그룹 회의에 참석했을 때,
앞에 나서서 반대 의견을 펼친다거나 미심쩍은 점을 지적해 해명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잘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을 공격적이고 예의 없는 짓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취업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장점이나 리더십을 발휘한 예를 들어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색해하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내 입으로 내 자랑을 어떻게 늘어놓는단 말인가?
담당자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보고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외국인들은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의 인재 확보를 위해 미국과 유럽을 돌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서울에서 함께 긴 인터뷰 출장을 떠날 컨설턴트들이 여의치 않을 때는,
할 수 없이 각 명문대학들 주변의 사무소에 있는 컨설턴트들의 협조를 받아야 했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마친 뒤 면접관들끼리 모여서 인터뷰 결과를 이야기하고,
다음 단계의 인터뷰에 올려 보낼 응시자를 뽑는 과정으로 업무가 이루어졌다.

이때 한국인들을 면접한 적이 별로 없는 외국인 컨설턴트들은 하나 같이 의아한 듯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한국 사람들은 학교나 사회 생활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예를 말해 보라면 모두 묵묵부담이냐"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묻는 면접자의 질문을 받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슴없이 조목조목 자신을 소개하는 다른 나라의 지원자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 인재들은 계면적은 듯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 별로 내세울 게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버린다는 이야기였다. 
삼강오륜이 몸에 밴 우리 인재들의 예의 바른(?) 속사정을 그 누가 알아주랴?

나는 할 수 없이 그들에게 짤막한 '유교의 예절교육' 강의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예의 바른 사람일수록 남들이 능력을 인정하여 칭찬을 해주더라도 자신을 낮추어 사양해야 하며, 
자기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남들 앞에 떠벌리는 것은 소인배나 하는 부끄러운 짓으로 여긴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내세워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결국 '리더십 스킬'에 대한 질문에 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터뷰 때마다 리포트의 리더십 부분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던 한국인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리더십 능력을 테스트해야 한다는 특별주문까지 곁들었다.

외국인 컨설턴트들은 내 말을 듣고 그제야 한국인 지원자들의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드러 내는 표현력이 부족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제까지 한국인 지원자들을 만나면서 받은 잘못된 인상을 지우게 되었다.

보여주지 않으면 보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커리어 전반에 걸쳐 심각한 성공의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맨 처음 컨설턴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나는 항상 좀더 확실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라는(Beassertive) 지적을 받곤 했다.
가뜩이나 서양 사람들은 동양여성들이 순종적이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나는 내성적이기까지 한 성격이어서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여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로 인한 공방전이 벌어질 때,
내 입장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리 내 주장이 맞는다 할지라도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연장자인 파트너를 앞에서나 경륜 있는 클라이언트의 사장단 앞에서 자신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조리 있게 때로는 대담하게 의견을 펼쳐 나가는 능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정말 낯선 경험이었고 따라서 서틀 수밖에 없는 약점이었다.

이런 나의 어설픈 자기표현 능력을 고쳐준 사람은 인도네시아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의 매니저였다.
전형적인 뉴욕 사람이었던 그의 말투는 직선적이고 
솔직하다 못해 너무 적나라해서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과 거부감을 일으키곤 했다.
한마디로 나와 정말 '안 맞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말끝마다
"지금 질문을 한 겁니까.
 아니면 상황에 대한 서술을 한 겁니까?" 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난생 처음 당하는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당황하는 나를 보며 그는 질문을 계속 했다.

"지금 당신이 한 말이 당신 생각을 나타낸 주장인지,
 아니면 내 의견을 묻는 질문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상황을 나열한 설명인지 잘 구분이 안 가네요.
 제대로 다시 이야기해 보세요."

너무 창피하고 당황스러워 눈 주위가 뻐근해졌다.
애써 눈물을 참아가며 나는 다시 내가 하려던 말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서 나는 내가 언제나 말버릇처럼 ‘~같은데’ 라든가
‘~이라고 생각하는데’와 같은 불분명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좀 더 겸손하게 넌지시 이야기하는 것을 예의 바른 일이라 생각하는 
한국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의식적으로 자신 없이 말끝을 흐리는 버릇을 고치려고 애를 썼다.
분명하지 않은 표현은 자기 의견을 조리 있게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컨설턴트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 의사을 표현할 때 내가 먼저 그 의견을 낮추어 표현하는 습관도 버렸다. 
스스로 내 의견을 깎아내리면, 
듣는 사람은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먼저 신뢰를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의견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그 의견을 전달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이미지 역시 좋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자신을 증명하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이 많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얼굴을 마주보며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을 읽을 수 없으므로 
매시 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내가 영국에서 알게 된 S는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액센추어에서 시니어 매니저까지 오른 능력 있는 친구였다.
충청도 출신인 그는 겸손하고 내성적이었다.
나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한국 사람에게 부족한 대화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콘퍼런스 콜'에 얽힌 자신의 경험담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런던 사무소에서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일을 했다.
각 나라의 클라이언트와 일을 진행하다 보니 
콘퍼런스 콜을 통해서 미팅이나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클라이언트 쪽에서 몇 번이나 자기의 부하직원을 매니저로 착각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에 관한 중요한 이슈를 S 대신 부하직원과 자꾸 의논하는 바람에 
어색한 입장에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였다.

얼굴을 마주하고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라 
전화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면 자연히 직급의 상하를 초월해서 
대화의 핵심을 잘 리드해 가는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대화 속에서 직함 없이 
퍼스트 네임만으로 서로를 호칭하는 상황이라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물론 직급이 높은 S쪽에서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뛰어난 그의 부하직원에게 밀린 모양이었다.
그는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컨퍼런스 콜을 멀리하는 버릇까지 생겼다며
'흰머리를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비디오 콘퍼런스(화상회의)를 선호한다'는 
농담과 함께 쓸쓸하게 웃었다.

아마 그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단지, 우리가 살아가는 글로벌 경쟁사회가 점점 참을성이 없는 세상이 되어 간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직장을 구하는 인터뷰에서건, 
클라이언트와의 짧은 콘퍼런스 콜에서건 
상대방이 당신을 주목하도록 만들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일단 그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의 머리에 새겨진 당신에 대한 첫인상은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오래도록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었을 경우 
그것을 다시 긍정적이 되도록 바꾸는 데는 그만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미덕인 겸손과 은근함으로 그 짧은 자기증명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자신의 기본적인 성격마저 버리고 
가식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단지 항상 자신의 이미지를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겸손하고 느긋한 ‘흥부’는 설자리가 없다. 
묵묵히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보답해 주는 제비는 더 이상 날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조세미 -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해냄출판사 - 2005. 11. 01.

[t-23.05.27.  230520-181919-2-3]

[t-23.05.27.  230520-181919-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