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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공부하는 3040이 몰렸다/작품이 없어 못 판 미술축제

by 탄천사랑 2022. 3. 22.

「중앙일보 - 2022. 03. 22. 2면」

16~20일 서울 학여울역 세텍에서 열린 화랑 미술제 전시장. 143개 국내 화랑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 행사엔 5일간 5만 3000여 명이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화랑미술제 개막 전부터 장사진, 올해 판매액 177억, 작년의 2.5배
덜 알려진 중견, 신진에 관심 커져 "저변 확대" "투자용 재판매 우려"


2022 화랑미술제가 총판매액 177억원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 16~20일 서울 학여울역 세텍 전시장에서 열렸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가 매년 봄 여는 미술시장으로, 올해는 143개 국내 화랑이 800여 작가의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작품 4000여 점을 선보였다. 역대 최대 참가 규모로 주목받았는데, 판매액도 지난해 72억원보다 2.5배 커진 역대 최대였다.


미술시장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미술품 구매자 중 30~40대 비중이 크게 늘었다. 미술계에선 “시장 저변이 탄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의견과 “과열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VIP 프리뷰는 16일 오후 3시였는데, 낮 12시부터 관람객이 줄을 섰다. 오후 3시에는 줄이 전시장을 감쌌다. 첫날 다섯 시간 동안 3850명이 방문했고, 약 45억원어치의 작품이 팔렸다.

 

 

전시작품 8점 1시간 만에 완판도

박서보, ‘묘법 No. 180428’, 2018, 130x170㎝


메이저 갤러리 부스에선 ‘억’ 소리 나는 작품이 줄이어 팔렸다.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박서보의 작품이 4억2000만원(35만 달러)에 판매됐다. 2억원짜리 제니 홀저의 회화작품도 함께 팔렸다. 갤러리현대에선 이강소의 작품이 2억원 대에 팔렸다. 이건용, 남춘모, 김택상이 소속된 리안갤러리는 개장 한 시간 만에 전시 작품 8점을 모두 팔아 다음 날 작품을 교체했다. 조현화랑에선 김종학의 작품과 이배의 초대형 작품이 함께 팔렸다. 중견 장승택의 솔로 전시로 부스를 차린 예화랑에선 2000만원짜리 ‘겹회화’ 10점이 첫날 모두 팔렸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그동안 작가를 주시해 온 컬렉터들이 첫날 방문해 모두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이름이 덜 알려진 중견·신진작가 작품에 쏟아진 관심과 구매 열기였다. 수십만원대 소품부터 100만~200만원대, 비싼 건 3000만원 이하 등 작품의 가격 폭이 넓었다. 화랑들의 “없어서 못 팔았다” “대기표 만들다 중단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선 중견 오병욱의 바다 그림 9점이 다 팔렸고, 젊은 작가 최수인의 그림 12점과 송승은의 그림 10점이 첫날 매진됐다. 이혜미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작품이 다 팔린 뒤 ‘작가들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도 되겠느냐’고 문의해 온 분이 100여 명이었다”고 전했다. 갤러리나우에선 고상우, 김지희의 작품이 완판됐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예약이라도 받아달라는 고객 요청이 많았으나 팔 작품이 없어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에도 관심이 뜨거웠다. 지원자 446명 중 선정된 7명의 작가가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오지은의 작품이 첫날 판매됐고, 이상미의 대형 회화와 소형 판화도 거의 다 팔렸다.

 

 

미리 점찍은 갤러리로 직진해 구매

       최수인 ‘Where is she’, 2021, 227x145.5㎝


이런 분위기에 대해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애초 화랑미술제는 각 갤러리가 중견작가의 신작을 소개하고 신진작가를 발굴해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올해야말로 여느 해보다 화랑미술제의 취지를 잘 살렸다”고 자평했다. 화랑 관계자들은 또 “열기 형성에 30~40대 고객의 역할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작품이 마음에 들면 망설임 없이 구매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젊은 컬렉터는 작가를 미리 공부하고 염두에 둔 갤러리로 직진해 작품을 흔쾌히 구매했다”고 전했다.


젊은 고객의 ‘망설임 없는’ 구매에 당황한 화랑 관계자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컬렉터가 작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작가가 창작을 계속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라면서도 “예전과 다르게 고객이 수백만원짜리 작품을 쉽게 구매하는 상황은 잘 적응되지 않는다.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만 보고 쉽게 리셀(재판매)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고 했다. 나중에 열기가 식으며 지금 형성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래서 몇몇 화랑은 대기자 명단을 만들지 않거나 구매 고객에게 “3년 내 작품을 되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판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출렁이면서 조만간 옥석이 가려질 거라 본다. 그러면 ‘반짝 인기’ 작가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미술시장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인식이 크게 달라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면)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중앙일보 - 2022.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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