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 「자기 혁명」
침묵은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하는 나는 사실상 침묵 안에 존재하며,
침묵을 통해 나를 관찰하면서 ‘자아’ 혹은 ‘내면’이 성장한다.
침묵은 온갖 충동과 감정, 유혹에 흔들리는 나를 관찰하고 경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침묵의 순간, 세계에 대한 나만의 사색이 시작되는 것이다.
침묵은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순간 외부와 나를 분리시키므로,
침묵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 이상이며 관성에 의한 모든 행위를 멈춘다는 의미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 외부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열정이다.
이를테면 음악을 감상하며 말문을 닫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격렬한 몸짓이다.
물론 침묵이 단순히 '말하지 않는 것'과 다르기 위한 전제조건은 그것이 반드시 사색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의 산책은 침묵이지만,
천둥소리에 놀라서 말문이 막히는 것은 침묵이 아니다.
즉 온전하게 내가 주체인 침묵만이 능동적 침묵이며,
나 스스로 선택한 완전한 침묵의 시간, 나를 위한 온전한 숙고의 시간만으로 침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침묵의 중요성을 잊고 산다.
침묵한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인식하는 것으로,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또한 말로 표현되는 모든 것의 허무를 알아차리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기만당하는 나를 보호하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부의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침묵하게 된다면, 그것은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사상과 철학을 왜곡하고, 존재를 훼손하며, 자궁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진정한 침묵은 누구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맞이하는 것이다. ( p35)
※ 이 글은 <자기 혁명>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박경철 / 자기혁명
리더스북 / 2011.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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