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산은
장석남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장마 큰물이 덮었다기 이내 지쳐서는 다시 내보여주는,
은근히 세운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검은 징검돌 같은 걸로 하고 싶어
지금은
불어난 물길을 먹먹히 바라보듯
섭섭함의 시간이지만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꽃처럼 옮겨가는 목숨들의
발밑의 묵묵한 목숨
과도한 성냄이나 기쁨이 마셨더라도
이내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不動)
나의 유산은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 끊어진 길을 잇는 징검다리와 같이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소통의 가치를 담았습니다.
오가는 사람에게 묵묵히 자신을 내어주는 징검다리처럼, 배려하는 오늘을 보내보세요.
2018 교보생명 창립 60주년 기념 광화문글판 시선집 사계절 중 여름을 장식해던 글입니다.
[t-21.06.23. 20210604_18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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