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배고플 때
밥을 먹지 밥그릇을 먹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을 먹고 있다.
시는 밥이지 밥그릇이 아니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밥
사랑이라는 밥
고통이라는 밥…….
그 밥 한 그릇을
박항률 그림에 연밥처럼 고이 싸서
그대에게 올린다.
먼데서
그리움의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2015년 3월 봄날에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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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을 밟으며
정호승
모닥불을 밟으며 마음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떠돌면서 잠시 불을 쬐러온 사람들이
추위와 그리움으로 불을 쬘 때에
모닥불을 밟으며 꿈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모닥불에 내려서 타는 새벽이슬로
언제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겠느냐
사랑과 어둠의 불씨 하나 얻기 위해
희망이 가난한 사람이 되기 위해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언제 다시 우리가 재로 흩어지겠느냐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불을 피우면
따뜻해지는 것이 눈물만이 아닌 것을
타오르는 것이 어둠만이 아닌 것을
모닥불을 밟으며 이별하는 자여
우리가 가장 사랑할 때는 언제나
이별할 때가 아니었을까
바람이 분다
모닥불을 밟으며 강변에 안개가 흩어진다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은 모두 꿈이 슬프다 - p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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