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 '고쳤으면 하는 우리나라 국민성'

「서울대 총동창신문  2017년 2월 15일」

 

 

명사칼럼

 

'고쳤으면 하는 우리나라 국민성'

가장 고쳤으면 하는 것이 대국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설사 자신에게 약간의 손실이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일을 해야 한다. 즉 대(大)를 위하여 소(小)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가치관·행동양식·사고방식·기질 등에 대해 어떤 국민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을 국민성이라고 한다고 되어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부지런하고 정(情)이 많고 두뇌가 우수하며 일을

빨리빨리 하는 등 좋은 특성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평생에 걸쳐 고쳤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불려 왔으며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삼아왔다. 유교의 최고 이상은‘인(仁)’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인(仁)’ 

의 뜻을 간단명료히 나타낼 수 있는 정의(定義)를 오랫동안 생각해오다가  40대에 들어서서야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얻었다.

 

‘인(仁)’이라는 한자를 파자(破字)하여 보면 사람 ‘인(人)’변에 두 ‘이(二)’자를 옆에 붙인 것이다.  

나는 '인(仁)’이라는 한자의 파자(破字)로부터 ‘인(仁)’이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한다

('논어’와‘성경’에는 표현은 다르지만 뜻이 같은 말씀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인(仁)'이 실종되어 있다.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으며 각종 부정과 부패, 그리고 무질서가 여기에 기인하는 바 크다.

 

둘째,
공명정대한 행위가 부족하다. ‘Fair Play’를 하지 않는다. 비록 상대방이 적이거나 경쟁자일지라도 상대방의

노력과 업적을 인정해주고 정당히 평가하면서 나 또한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요즈음 일부에서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뉴스를 통해 보여지는 사회지도층의 행태가 특히 그러하다.  상대를 인정하는 데 인색함을 지나 상대의 약점을

찾아 드러내는  데만 열중하는 모습들이 만연해 있다.

청소년들이 사회지도층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무엇을 배우며 자랄지 안타깝다.

 

셋째,
그리고 가장 고쳤으면 하는 것이 대국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설사 자신에게 약간의 손실이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일을 해야 한다.  

즉 대(大)를 위하여 소(小)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도 회사 전체는 생각하지 않는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었다.

필자는 CEO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대국적인 면으로 바꾸느라고 많은 노력을 했다.

 

국가사회적으로 볼 때 이러한 이기적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라면 지엽적인 이기주의는

버려야 하는데도 이런 모습이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요즘 정치가들 머릿속에 ‘국가(國家)’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조선말기 대원군이 정권을 잡은 같은 시기에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 일어났다.

그 당시 권력의 중심부에 있던 에도막부의 마지막 쇼군(將軍) 요시노부는 반란군보다 10배가 넘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계속 정권을 유지하려고 했었다면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이전의

역사로 회귀해 내전에 휩싸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쇼군 요시노부가 대국적인 견지에서

‘대정봉환’을 단행했기 때문에 메이지유신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일본이란 나라는 강력한

근대국가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국민성이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은 급속한 산업발전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잘 살아보세’라는 기치 아래 뭐든지 빨리 갈아 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수십 년을 살아왔다.

 

과학이나 산업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더라도 정신적인 문화(文化)에 있어

서는 우리의 오래된 전통 중에서 좋은 것은 지키고 숭앙하며 나쁜 것은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빨리 하려니까 기존의 것 중 유지할 것은 유지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기 보

다는 일단 갈아엎고 새로 세우는 쪽을 선택해 왔던 것이다

 

매사를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정서까지도 그렇게 바뀌면서 국민들의 의식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공

명정대함도 사라져갔고 전체를 위한 희생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국민성을 바꾸는 데에는 국가 최고지도자급의 강력한 지도아래 국민 전체가 합심

해 몇 대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도 전 국민이 합심해 인내심을 갖고 몇 대에 걸쳐서라도 의식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좋은 국민성은 더

욱 승화시키고 나쁜 국민성은 고쳐나가서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국민성을 갖춘 세계 대국

(大國)이 되어야겠으며 우리 동문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글 -  민계식 조선황공61-65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출처 - 서울대 총동창신문  2017년 2월 15일  제467호

[t-17.06.11.  20210619-1840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