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 잇 주얼리」
약혼반지는 신랑의 세 달 치 월급
보통 뉴요커들은 약혼반지의 비용을 '세 달 치 월급 Three Months Salary Rule'에 기준으로 둔다고 한다.
신랑의 세 달 치 월급에 준하는 비용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매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만으로도 남자들의 심리적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가?
약혼 비용을 모으지 못해서 프러포즈를 못하는 남자들들도 있을 정도라니
시어머니의 예산에 맞추어 예물을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형태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 '약혼반지 비용은 신랑의 세 달 치 월급이 기준이다'라는 말은
드비어스 De Beers 사가 1940년 만든 마케팅 캠페인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로 더욱 잘 알려진 드비어스는
자사의 캠페인을 통해 어느새 약혼반지의 예산에 영향력을 미치게 한 셈이다.
하지만 예산을 어떻게 세우든
뉴욕에서 원하는 스펙의 다이아몬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때문에 굳이 디자이너 브랜드 주얼리에서 약혼반지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맨해튼 47번가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에서 다이아몬드를 구하고 세팅을 맡기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약혼반지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과 의미 부여 정도가 다르므로 끝내 브랜드의 마크가 찍힌
반지를 받겠다고 하는 신부라면 다이아몬드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뉴요커의 약혼반지의 다이아몬드 크기는 평균 1.6캐럿(중심석 기준) 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략 5부, 즉 0.5캐럿이 평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재산성에 중점을 두어 판단하기 때문에 크기보다는 품질에 훨씬 민감한 반면
뉴욕커들은 실제 착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체로 '사이즈(중량) > 컬러=컷 > 클래리티 등급' 순으로 우선순위를 매긴다.
아무리 그래도 0.5캐럿과 1.6 캐럿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반지, 귀걸이, 목걸이를 세트로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반지에만 집중되는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서양인이 아시아인들에 비해 골격이 크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것보다는 큼직한 것을 선호하는 요인도 있다.
원래 다이아몬드 크기는 대도시일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패션과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에서는 다이아몬드 크기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하다.
그들의 약혼반지에 대한 과시욕구와 동조현상 역시 높아서
본인이 속한 그룹에서 가장 최근에 결혼한 사람일수록
다이아몬드 사이즈가 커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불어 그들에게 약혼반지나 웨딩 밴드는 '임자'가 있다는 증표이기 때문에
항상 착용한다는 점도 우리와 많이 다르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에도
넷째 손가락에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집에 고이 놓아 두었다가
특별한 날이나 정장을 갖춰 입을 때만 끼는 우리나라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
따라서 뉴욕에서는 기혼자가 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으면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한다.
뉴욕에 사는 한국 친구들이 종종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데
유부녀라고 거절하면 왜 반지를 끼지 않았냐며 반문한다고 한다.
뉴욕의 약혼반지 트렌드
뉴욕의 최근 약혼반지 트렌드는 간결하고 클래식한 솔리테어 Solitaire 반지 대
화려한 헤일로 Halo 스타일의 반지로 나뉜다.
유행을 타지 않는 솔리테어 Solitaire 반지는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디자인이다.
다이아몬드 자체가 돋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스톤이 너무 작을 경우 초라해 보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4프롱 셋(4개 발 물림)인 까르띠에의 '1895 솔리테어'와 6프롱 셋(6개 발 물림)인
티파니의 '티파니 세팅' 스타일이 선호도가 높다.
반면 헤일로 스타일의 반지는 일단 화려한 디자인이 포인트다.
메인 다이아몬드 주변을 자잘한 멜레 다이아몬드 Melee diamond (0.25캐럿 미만의 소형 다이아몬드)로
세밀하게 둘러 메인 스톤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 반지의 광체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스타일은 가늘고 세밀한 밴드에 촘촘하게 마이크로 파베 Micro Pave tpxld 세팅을 한
해리 윈스턴 스타일 반지가 인기가 높아
이에 열광하는 여성들 때문에 주얼리 숍마다 비슷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뉴요커들의 또 다른 특징은 평범한 라운드 컷보다는 쿠션 컷,
에메랄드 컷, 아셔 컷, 프린세스 컷 등의 팬시 컷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마다 다양한 팬시 컷 약혼반지를 선보이고 있다.
그 밖에 메인 다이아몬드 양옆으로 작은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붙여 세팅하는
클래식한 쓰리 스톤 Three Stone 반지도 꾸준히 인기가 많다.
또한 2011년 영국의 로열 웨딩의 영향으로 블루 사파이어뿐만 아니라 블루 토파즈 Topaz나
화사한 살구 빛 모거 나이트 Morganite, 영롱한 컬러의 투어 멀린 Tourmaline 등
비싸지 않은 천연석도 독특한 약혼반지를 찾는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아이템이다.
약혼반지의 디자인은 착용하는 여성의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면 발이 4개인 것보다는 6개짜리가 다이아몬드를 더욱 안전하게 잡아줄 것이고
아예 테두리로 감싸는 베젤 Bezel 세팅이 나을 수도 있다.
특히 화려한 헤일로나 파베 세팅 반지를 착용하고 충격을 많이 가하면
멜레 다이아몬드가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세팅은 아름다움과 내구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다.
다이아몬드가 빠질까 봐 주변을 플래티넘으로 단단하게 싸놓으면 안전성을 얻는 대신 광채를 잃게 된다.
금속은 적게, 멜레 다이아몬드는 풍부하게 사용하여 메인 다이아몬드를 빛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지만 다이아몬드를 많이 사용한 만큼 손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믿을 만한 주얼리 숍에서 구입하고 사후 처리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 이 글은 <잇 주얼리>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윤성원 - 잇 주얼리
웅진리빙하우스 - 2012. 06. 07.
[t-17.03.27. 20210302-17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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