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기억의 책`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스토리펀딩에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에 격한 공감을 느낀다.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한 인간의 삶은 우주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똑같은 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해
최소한 후손에게라도 남기겠다는 이 생각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번지기를 바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프로젝트
는 5월25일까지 진행된다. 글 이영근(IT라이프스타일 기고가) 사진 스토리펀딩
나의 부모와 자식을 잇는 '기억의 책'을 만듭니다.
노인이 조롱받는 시대다. 늙었다는 이유 하나로 외면당하는 것이야 세상이 그런 거지,라며 넘어갈 수 있지만, 상
식에서 일탈한 이들의 행태를 보는 시선은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한 번은 한 남자에게 질
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젊은 시절 그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분이 특정 단체에 들어가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그가 대답했다.
“그래도 내 전성기와 삶을 인정해주는 곳은 거기 뿐이야, 누가 내 말을 들어준다냐!” 지인 한 사람은 어머니의 이상
한 쇼핑 때문에 돌아버리겠다고 했다. 노인들을 초청해 옥장판 등 건강 기능 상품을 파는 떠돌이 장사치들 행사에
만 가시면 꼭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이상한 상품을 들고 오시는 것 때문이다.
상품뿐 아니라 사은품으로 받아온 바가지, 양재기만으로도 집안이 그릇 가게가 되어버렸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어머니가 던진 결정적 멘트 때문에 항의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니들이 언제 나 안마 한 번 해줬니? 재롱 한번 떨어 봤어? 거기 가면 자식 같은 놈들이 볼에 뽀뽀까지 해줘!”
당신은 당신 부모의 삶을 알고 계신가? 아버지 어머니의 삶이 어땠는지, 결혼하기 전 첫사랑은 누구였는지, 왜 헤
어졌는지, 아버지 인생의 최대의 위기는 언제였으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어머니가 아버지 꼴 보기 싫어서 이혼
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그리고 당신의 어린 시절, 당신이 30년 가까이 살았던 그 집을 샀을
때, 대출은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받았는지, 생각해보니 적지 않은 돈인 게 분명한데, 우리들 등록금은 대체 어떻
게 만들어 주셨는지, 건강 관리를 위해 어떤 운동을 하시는지, 아직 꿈꾸고 있는 미래가 무엇인지, 자식인 당신은
알고 계신가?
퍼스널 라이프 스토리텔러 ‘꿈틀’에서 스토리펀딩에 올린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프로젝트는 부
모님의 삶을 인터뷰해서, 그분들의 일대기를 책으로 만들어 부모님께 선물하는 소박한 제안이다. 누구나 말한다.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백 권은 나온다고.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꿈틀’은 인터뷰와 편집, 인쇄 등 출판을 위한 모든 단계의 일을 대신해주고, 책이 완성되면 의뢰인의 부모님에게
선물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집단이다. 그 일의 문화적 정착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올렸다.
1만5000원을 후원하면 10명의 기억의 책 저자들이 꼽은 ‘내 인생 가장 찬란한 순간’을 엮은 <기억의 책> 모음집을
받을 수 있다. 부모님에게 책을 선사하고 그것을 가족이 대를 이어 공유하고 싶다면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기억의
책’ 제작비 250만원을 내면 된다.
필자는 이 일이 개인의 삶을 정리하고 그분들이 평생 겪어온 생활의 지혜를 가족이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 걸음 더 나가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대단했던 삶의 순간’을 들어주고 정리해주고 아카이빙 해서 사회 전체가
공유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고, 멋지게 정리해주고, 내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아카이빙
시스템이 생기면, 상담료까지 지불해주며 그 일을 진행할 수 있다면, 노인이 왜 자신을 버려가며 조롱받을 행동을
하겠는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6호 (17.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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