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클릭하면 나만의 '신상'이 뚝딱!
지금은 커스터마이징 시대
직장인 김깐깐씨는 출근길에 항상 스타벅스에 들른다. 그의 주문 방식은 늘 까다롭다.
“따뜻한 카페모카 그란데 사이즈요. 에스프레소 샷은 반 잔만 빼주세요. 초콜릿 시럽도 조금만. 우유는 저지방
우유로 보통보다 뜨겁게 해주세요. 아, 아니다. 두유로 할게요. 휘핑크림은 빼주시고요. 뜨거우니까 종이컵은
한 개 더 추가로 끼워주세요. 아 참, 디카페인으로 부탁해요.”
커피 한 잔 주문하는 데도 이렇게 요구사항이 많은 김깐깐씨를 매장 직원은 진상 고객으로 생각할까? 아니다.
그가 주문한 대로 음료를 만들어준다. 스타벅스에선 고객이 자신의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는 음료 조합이
8만여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탄산음료의 경우 탄산 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정책 덕분이다.
개인 맞춤, 초고가 명품에서 생활 속으로
커스터마이징은 '주문제작 방식'이라고 번역된다. 개인의 취향대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제품'
이라고도 불린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물품을 만들어주는 커스터마이징은 그동안 주로 초고가 명품에만 적용
돼왔다. 고급 맞춤양복은 커스터마이징의 대표적 사례다. 롤스로이스처럼 아무나 살 수 없는 최고급 자동차에도
커스터마이징이 도입됐다.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Bespoke)라는 커스터마이징 제도를 운영중인데, 사실상 개인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
준다고 보면 될 정도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내·외장 색상은 물론 타이어 휠, 시트 재질 등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무한대에 가깝다. 원하면 차 천장에 LED로 ‘별’을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한국에선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최상위 모델인 제네시스 EQ900이 부분적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적용했다.
내·외장 등 색상을 조합해 총 72가지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초고가 제품에 한정됐던 커스터마이징은
최근 점차 대중에게 파고들고 있다.
커피, 햄버거, 피자처럼 가격이 저렴한 식음료 중신으로 더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로 흐르면서 패션업계의 커스터마이징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 일부 패션업체가 제품에 이름을 새겨주는 이니셜 서비스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핸드백·신발·욕실도 소비자가 디자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잡화 브랜드 쿠론은 최근 ‘쎄스튜디오’(C-studio, www.couronne.co.kr/cstudio)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방 DIY(손수제작)를 콘셉트로 하는 쎄스튜디오는 핸드백, 지갑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
인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누리집에 들어가 직접 해보니 마우스 클릭만으로 가방의 색상, 재질 등이 바뀌어
다양한 디자인 연출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게임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주문하면 배송받기까지 20여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가죽 색상
과 다양한 프린트, 엠블럼 색깔 등을 개인 취향에 맞춰 조합해 1만5000여개의 가방을 다르게 디자인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이 좋아 남성 지갑에도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4년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이 아디다스’(shop.adidas.co.kr)라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선보였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지난해 온라인에서도 맞춤 제작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했다. 축구화, 농구화, 러닝화
등 다양한 운동화를 취향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 소재나 디자인 패턴부터, 갑피, 안감, 힐, 깔창, 끈까지 원하
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이름이나 숫자 등을 삽입하는 서비스도 지원한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최근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패션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확대 적용
했다”고 말했다. 제작 기간은 4~6주 정도 걸리고, 가격은 기존 제품에서 10~15% 정도 추가된다.
패션뿐 아니라 인테리어업계의 커스터마이징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를 구현하기 위해
과거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만 활용하던 3D CAD(컴퓨터 설계)까지 소비자들이 직접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욕실 전문 기업 대림바스의 욕실 리모델링 서비스 ‘바스플랜’은 소비자가 직접 3D 화면을 보며 제품을 고르고
견적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도입했다.
각 제품이 실제 자신의 욕실에 설치됐을 때의 예상도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욕실을 손쉽게 디자인할 수
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시공 전부터 욕실 가구나 타일의 재질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3D CAD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마음대로 거실과 방 크기를 늘리고 줄이는 등
내부 설계를 직접 할 수 있는 맞춤형 아파트도 선을 보였다.
SNS 발달로 중소기업 참여도 활발
대기업만 커스터마이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마케팅의 발달로 중소업체들도
커스터마이징 제품 개발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가 발표한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makers.kakao.com)
라는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제조회사가 먼저 제품 견본을 공개하고 주문을 받아 미리 정한 최소 수량을 넘기면 생산
해내는 방식이다. 상품 제작이 확정되면 카카오가 제품 생산을 위한 비용을 제조업체에 미리 지급해 제조사 쪽의
초기 생산비용 부담을 덜어준다. 개인이 직접 주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소수만을 위한 제품을 소량만 생산한다
는 점에서 변형된 커스터마이징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의 판매 제품 목록은 매주 화요일마다 갱신되는데, 독창적 디자인의 가방, 의류, 머그컵,
아트토이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작은 회사의 제품들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1주차 판매 제품 11개 가운데 7개가 최소 주문 수량을 넘겨 생산에 성공했다. 2주차
에도 대부분의 제품이 최소 주문 수량을 넘길 것으로 카카오 쪽은 내다봤다. 카카오 관계자는 “주문한 물품에
대해서만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재고물량을 없앨 수 있고, 소비자는 재고비용을 뺀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 p69 -
글/이정국(한겨레) 기자 사진/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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