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존, 디어 폴 - 폴 오스터 , J M 쿳시 / 열린책들 2016. 03. 10.
2003년 노벨 문학상을 탄 아프리카 작가 J.M. 쿠체와 미국 대표 소설가 폴 오스터가 주고 받은 서간집이 출간 됐다.
“폴에게. 우정에 대해 죽 생각해 왔습니다. 우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찌하여 지속되는지. 우정은 흔히 열애의
희미한 모사로 (잘못)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떤 우정은 아주 오래, 그러한 애정보다 오래 지속되기도 하지요.”
대서양을 건너 첫 편지가 날아왔다. 2008년 7월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존 M 쿠체에게서 날아온 편지
였다. 이 ‘우정’에 관한 이야기에 미국 폴 오스터도 답장을 보냈다.
“가장 오래 지속되는 최고의 우정은 존경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존경은 오랫동안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근
본적인 감정입니다.”
미국 사회의 페이소스를 녹여내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야기꾼 오스터와 서구 문명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은 은둔 작가 쿠체. 다소 의외의 조합이지만 두 사람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편지 70여 통을 주고
받았다. 호주 문학축제에서 처음 대면한 후 쿠체의 서신 왕래 제의에 오스터가 응하면서 이 바다를 건너는 우
정은 시작됐다. 동료이자 서로를 존경하는 작가로서 두 사람은 짧게는 2~3일, 길어도 한 달여마다 서로에게 편
지를 쓴 것이다.
두 사람은 스포츠와 아버지의 역할, 문학과 영화, 철학과 정치, 금융위기와 예술,죽음, 에로티
시즘, 결혼, 컴퓨터, 근친상간, 이스라엘, 좋아하는 영화들, 악명 높은 서평가, 노년, 완벽주의에 이르기까지 세
상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따금씩을 내면에 감춰둔 울분을 토하고 아낌없이 위로를 건네고
격려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사적인, 그러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뢰로 가득 찬 대화가 오간다. 편지는 시종일관 활기가 넘
치고 명쾌하다. 극과 극인 성격 때문에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오스터는 ‘우연의 미학’이란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배우 찰턴 헤스턴과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세 번이나 마
주친 일화를 흥분해 전하자 쿠체는 담담하게 대꾸한다. “영화판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과
계속 마주치게 된다 해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들이 이메일 대신 자필 편지를 고집한 이유에 대한 대목도 있다. “타인과 소통하는 데 있어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낡은 매체의 특성은 곧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배역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서로 건강을 염려하고 가족 안부를 묻는 평범하고 사적인 대화지만, 그 속에서도 예술을 향한 두 사람의 열정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술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는 것만이 저의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그것은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욕구입니다.”(폴 오스터) - p12 -
글 - 김슬기 기자
출처 - 매일경제 Citylife 제521호.
[t-16.03.27. 20220302_16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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