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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렬 시집 - 불맛 / 불 맛

by 탄천사랑 2010. 3. 17.

「구광렬시집 - 불맛 / 제 3 부」

 




불 맛  



                                                                            구 광 렬

어머닌 불 맛을 안다고 하셨다.
불간이 잘 배어야 음식은 맛잇는 법이라며
여린 불, 센 불
소금대신 불구멍으로 간을 맞추셨다.
이 모두,
벼락에 구워진 들소의 안창살을 맛봤다던
네안데르탈인을 닮았었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후,
우리 집 음식은 갈수록 더 뜨거워져만 갔다.
미각과 온각을 혼동하고 계시던 어머닌,
입천장이 훌러덩 벗겨지는 펄펄 끓는 곰국까지
싱겁다고 하셨다.
그랬다. 그 즈음 당신 뱃속의 불길은
활활 요원(燎原)으로 번지고도 남음이 있었다
안방에서 속살 타는 냄새, 행량까지 새나왔으며
습습한 날 그 냄샌, 낮은 개나리담장을 타고
삽작을 나섰다
그랬다. 그 즈음 어머닌
안동 간 고들어보다 더 짤 것 같았던
당신 속살마저 싱거워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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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녹는다. 
물이 언다. 
이 반복을 견뎌내는 것이 언어다. 
구광렬의 언어는 궁녀의 춤이 아니다. 
누구의 투창이다. 
‘인류 최초의 음악은 비명이다’의 이쪽에서 비명이 음악으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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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구광렬은 화자를 과장하지 않는다. 
자유는 윤리일까? 

- 고 은 (시인)


구 광 렬 시집 - 불 맛
실천문학 - 200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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