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한줄톡(단문.명언.단락.

최영미-돼지들에게/담배 한 개비

by 탄천사랑 2009. 6. 18.

「최영미 - (시집) 돼지들에게」

 

- 이미지 다음에서

 

 

 

담배 한 개비

 

 

                                                                          최영미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나, 그리고 너.
겨우 생존하기 위해 참아야 하는 것들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칼날, 버릇처럼 붙이는 
안녕! 뒤에 숨겨진 무관심과 자잘한 계산들
풀리지 않는 생의 방정식. 왜? 또......

담배 한 개비가 타는 시간,
절망이 피어오르다 희망과 교대하고 
물렁물렁한 것들이 단단해진다

가슴을 쥐어뜯다가도 
금방 살아갈 구멍을 찾고 
꿈을 꾸면서도 포기하는 나.
날마다 조금씩 자기를 파괴하면서 
결코 완전히 파괴할 용기는 없었지

 

 

- 시집 『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 2005) 중에서 -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산문집 <시대의 우울>,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번역서 <화가의 잔인한 손>, <그리스 신화> 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