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 2008. 08. 17」
[200919-173224]
자탄
이황
이미 지난 세월이 나는 안타깝지만
그대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인가.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말게.
自歎(자탄)
已去光陰吾所惜,當前功力子何傷.
이거광음오소석 당전공력자하상
但從一竹貴爲山日,莫自因循莫太忙.
단종일궤위산일 막자인순막태망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루다
퇴계 이황이 64세 무렵에 쓴 시다. 도산서원에 머물 때 서울에서 찾아온 제자 김취려에게 준 것.자기는 이미 늙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대는 아직 젊으니 성심껏 노력하면 잘 될 거라며,조급하게 굴지도 말고 어영부영하지도 말며 그저 꾸준하게 해 나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 장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합 3시간 전부터 코트에 나와 슈팅 연습을 했다. 남보다 먼저 도착해 남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는 프로 스타.놀라운 것은 그가 두 눈을 감은 채 끊임없이 자유투를 던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때까지 얼마나 피눈물나는 노력을 거듭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미국 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구단주 팻 크로스였다. 그는 조던의 탁월한 능력과 집중력이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던이 자신의 시간과 땀을 투자하고,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나와 연습하는 과정은 곧 팀원 전체의 승리로 이어졌다. 그는 팀원들이 함께 '흙'을 쌓고 '산'을 이룰 수 있도록 솔선수범의 리더십까지 자연스레 발휘한 것이다.
노력파 조던의 진면목을 알아본 팻 크로스도 구단주가 되기 전엔 평범한 물리치료사였다. 그가 동부 리그 최하위팀을 5년 만에 최강팀으로 키워낸 비결은 '흙을 쌓아 산을 이루는' 불변의 진리를 미리 깨우친 것이었다.
목표를 설정한 뒤 가장 많이 겪는 유혹이 조급증이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얻으면 좋겠지만,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당장의 목표보다 꾸준한 성장을 중시하는 CEO가 '산'을 이룬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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