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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

by 탄천사랑 2008. 7. 7.

「오시환 -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

 

광고인 출신의 늦깎이 요리사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 광고장이 출신의 늦깎이 요리사….

바다 요리 전문점 ‘해장금’의 오시환 셰프 앞에 붙는 수식어다.

3년 전, 잘나가던 광고인에서 소박한 밥집 주인장으로 변신해 화제가 된 남자.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해장금’을 지키며 해물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글 - 성하정 기자

사진 - 원상희

출처 - 레이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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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채워진 연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개수대로 옮긴다.
언제나 손끝으로 전해오는 연어의 차가운 체온이 다른 생선과는 남다르다.
고단한 삶을 멈춰선 애처로움이 손끝으로 전해져오기 때문일까?

'내가 네 옷을 벗겨줄게.’ 물로 정성껏 닦는다.
너는 이미 다른 곳에 태어났을지도 모르지만
네 몸을 보시한 공덕으로 사람 몸을 받아 성불의 길로 들어서라는 기도를 잊지 않는다.
얼굴, 눈, 코를 손으로 만져주니 부드러움이 전신을 타고 돈다.
연어의 차가운 체온이 정겹게 느껴진다.
연어는 일주일에 두 번쯤 들어오므로 나는 일주일에 두 번쯤 연어로 우리들의 요리를 한다.
요리라기보다는 밥 먹기다.
물론 살을 다 떠내고 남은 뼈와 머리를 이용해 만든다.
남은 뼈와 머리로 만든 연어 구이,
연어 찜,
연어 프라이 구이 등등을 만들기 위해 머리에 붙은 살을 알뜰하게 떠낸다.
덕분에 나는 연어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때때로 꽂혀져 오는 귀때기 번호판을 볼 때마다 잘 씻어서 집으로 가져와 관세음보살 앞에 놓는다.
그리고 아침 예불을 올릴 때 연어의 성불도 같이 빈다.
일련번호가 붙어 있는 귀때기 번호를 볼 때마다 내가 먹고, 우리 종업원들이 먹고,
우리 고객들이 먹은 연어 보시의 공덕을 칭송한다.

누가 알면 우스꽝스짓거리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


- 오시환의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 1 플로리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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