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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어린이/리차드 바크-갈매기의 꿈

갈매기의 꿈 1부 - 2

by 탄천사랑 2007. 5. 27.

· 「리차드 바크 - 갈매기의 꿈」



 

1부 - 2

그 목소리는 점차 흐려져 갔지만, 조나단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밤에 갈매기에게 어울리는 곳은 해변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평범한 갈매기가 되어 보겠다. 이렇게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면 누구나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어두운 수면으로부터 간신히 날아올라 육지로 향했다. 
보통보다 편한 저공 비행 법을 배워 두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곧 그는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인연을 끊은 거야, 배워둔 비행 법과도 작별을 해야지.

나는 다른 갈매기들과 똑같은 갈매기이고, 그들처럼 날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고통을 견디며 30미터의 고도까지 올라갔고, 다시 세차게 날개를 파닥이며 해변으로 향했다. 
갈매기 떼 중의 평범한 한 마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 버리니, 아주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자기를 비행 연습에로 몰아붙인 그 맹목적 충동으로부터도 해방되고, 
두 번 다시 한계에 도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리하여 잠시 동안 생각을 중단하고, 해안에 반짝이는 불빛을 향해 어둠 속으로 날아가자 몹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둡다! 

그때 공허한 목소리가 경고하듯 들려 왔다. 

보통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조나단은 멍해져서 그 목소리에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다.
'멋있다'라고 그는 생각하며 황홀해져 있었다. 

달도 먼 불빛도 반짝반짝 물 위에 흔들리며, 밤 속으로 희미한 빛줄기를 던지고 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내려가라!' 또 공허한 목소리가 들렸다.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만약 네가 어둠 속을 날도록 타고났다면, 올빼미 같은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도 정확히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의 짧은 날개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밤중에, 30미터의 높이로 날면서 조나단은 갑자기 눈을 깜빡거렸다. 
조금 전까지의 고통과 결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은 날개, 매의 오므라진 짧은 날개! 그것이 해답이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필요한 것은 짧은 날개뿐이다.

날개의 대부분을 접고, 남겨진 그 끝으로만 난다! 짧은 날개! 그것이 전부다! 
그는 어두운 바다 위를 단숨에 600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날개를 몸에 착 붙이고는 그 날개 끝만을 가는 단검 모양 바람 속에 내밀고,

실패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별안간 수직 급강하를 했다.

바람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며 그의 머리에 부딪쳐 왔다. 

시속 110킬로미터에서 140킬로미터로,  다시 190킬로미터로 그리고 그 속도는 더욱더 올라갔다. 

이윽고 시속은 220킬로미터에 달했다.

하지만 그 속도조차도 이런 방식으로 110킬로미터로 날 때보다 훨씬 편했다. 

그리고 날개 끝을 조금 틀면 급강하로부터 수월하게 탈출할 수 있어서 달빛 아래를 나는

회색 탄환처럼 파도 위로 돌진해 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람에 맞서면서, 그는 기쁨에 온 몸을 떨었다.

시속 224킬로미터! 그것도 컨트롤을 유지하면서! 
만약 600미터가 아니라 1천 5백 미터 상공에서 강하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의 스피드가.....

이제 한 시간 전에 결심한 일은 격렬한 바람에 날려 잊혀 버렸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결정한 약속을 깨고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 약속은 세상의 범용한 갈매기들을 위한 것이다. 
진지하게 배우고 탁월한 경지에 도달한 갈매기에게는 그런 약속이 필요 없다.

해가 뜰 무렵에, 조나단은 다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1천 5백 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어선들은 평평한 푸른 수면에 흐트러진 작은 반점에 지나지 않았고, 
예의 '조반 모임'에 찾아드는 갈매기 떼도 조그만 티끌로 이루어진 안개처럼 눈 밑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는 생기에 넘치고 기쁨에 들떠 몸을 떨며 자기가 공포심을 이겨낸 데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이윽고 그는 아무렇게나 날개를 접어, 짧고 모난 날개 끝을 펴더니 해면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

1천 2백 미터를 지날 무렵에는 그는 이미 한계속도에 이르러 있었다. 
바람은 그가 이제 그 이상의 속도로는 나아갈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때리는 단단한 소리의 벽이 되었다. 
지금 그는 바로 시속 340킬로미터 이상으로 일직선으로 강하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스피드에서 양쪽 날개를 펼치면 순식간에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날 것임을 알면서 강하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스피드는 힘이었다.

스피드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300미터 상공에서 그는 수평 비행을 시작했다.

날개 끝은 세찬 바람 속에서 윙윙거리고, 감각이 마비되어 왔다. 
어선과 갈매기 떼가 유성처럼 빠르게 그의 진로로 곧바로 뛰어들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는 정지할 수가 없었다. 
그런 속도에서 어떻게 하면 방향 전환이 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격돌하면 즉사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때 뭔가 일어났다. 

마침 해가 뜬 직후였다. 

조나단은 '조반 모임'에 찾아든 갈매기 떼의 한가운데를 곧장 뚫고 지나간 것이다.

시속 340킬로미터의 스피드로,

눈을 감고,

바람과 깃털이 부딪쳐 윙윙거리는 노호(怒號) 같은 금속음에 싸여.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 지은 것일까. 단 한 마리도 죽지는 않았다.

상승으로 이행, 

하늘 쪽으로 부리를 곧장 치켜올릴 무렵이 되어서도 그는 여전히 시속 250킬로미터로 함부로 날고 있었다.

이윽고 30킬로미터까지 스피드를 줄이고 마침내 그의 날개를 폈을 때, 
어선들은 1천 2백 미터 아래의 바다 위에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의 생각이 이긴 것이다. 

극한 속도! 한 마리의 갈매기가 시속 342킬로미터로 난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한계 돌파'이며, 갈매기 떼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조나단에게 있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었던 것이다.

그는 곧 아무도 없는 자기만의 연습 영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3천 4백 미터 상공에서 강하를 위해 양쪽 날개를 접고, 
재빨리 방향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날개 끝을 단 하나만 약간 움직이면 맹렬한 스피드에서도 유연한 커브를 그리며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하기 전에, 

그 스피드에서 다른 날개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내 라이플의 탄환처럼 나선 상태로 추락한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써 알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 마침내 조나단은 갈매기 역사상 첫 곡예 비행의 제 1인자가 된 것이다.

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아껴 해가 진 뒤에도 계속 날았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공중 회전, 느린 횡전, 분할 횡전, 배면 맴돌기 강하하기, 바람개비처럼 돌기 등

숱한 고등 비행 기술을 발견했다.

조나단이 해변에 있는 갈매기 떼에게 돌아왔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그는 너무 피로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가슴에 넘치는 기쁨을 억제할 수 없어 그는 착륙 직전에 급회전을 겸한 공중 회전 착륙을 했다.
'모두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의 이 '한계 돌파'에 대해 들으면 기뻐 날뛸 것이다. 

바야흐로 얼마나 풍부한 의의가 생활에 주어진 것인가!
어선과 해변 사이를 어정어정 오가는 대신, 살기 위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무지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향상시킬 수도 있으며, 

지성과 특수 기술을 지닌 고등 생물임을 자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유로와 질 수 있다! 어떻게 나는가를 배울 수 있다!

그의 마음에 떠오르는 미래의 나날은 희망에 넘쳐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착륙했을 때, 갈매기들은 '평의 집회'의 대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모여 있었음이 분명했다.

사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

'조나단 리빙스턴! 중앙으로 나와라.

' 연장자 갈매기의 말은 가장 격식 적인 어조였다. 
중앙으로 나오라는 것은 굉장한 불명예나 혹은 굉장한 영예의 어느 한쪽을 의미한다. 
영예를 받기 위해 중앙으로 나가는 것은 갈매기의 최고 간부가 임명될 때의 관례인 것이다.

'물론 오늘 아침의 조반 모임 때의 일이겠지'하고 그는 생각했다. 

모두들 그때 나의 '한계 돌파' 보았다! 
하지만 나는 영예 따위를 바라지 않는다. 간부가 되려는 생각도 없다. 

나는 다만,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들과 나누어 갖고 우리 전원의 앞길에 펼쳐진 무한한 지평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나단 리빙스턴'하고 연장자가 말했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나와라, 
네 동료 갈매기들 앞으로.' 몽둥이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무릎에서 힘이 쑥 빠지고, 
깃털은 맥없이 처졌으며, 귓속이 윙윙 울렸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계 돌파'야! 그들은 모른단 말인가! 

그들이 잘못이다. 

그들이 잘못이다!

'....분별 없는 무책임한 행위로....'

 

 [t-07.05.27.  20210512-16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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