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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배(비오)신부-2011년 1월 묵상카드

by 탄천사랑 2022. 12. 26.

 

 

높은 산을 넘는 것보다 한 사람을 넘는 것이 더 힘듦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고 환호와 기쁨을 만끽하나이다.
가장 높은 곳에 서면 지상의 모든 세계가 발아래 공손히 무릎을 꿇나이다.
마치 세상 모두의 왕이 된 것처럼 짜릿한 쾌감을 느끼나이다.

그러나 세상의 가장 높은 산을 정복하였다해도
그 사람에게도 넘어서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분명히 있나이다.

가장 낮은 한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가장 높은 산 위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은 서글픈 코미디이나이다.

왜 우리는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나이까?
모든 사람은 제 각각 우주 만물의 영장으로써 절대적 가치와 위엄을 지니고 있나이다.

태양은 지구와의 먼 발치에서 공손히 지구의 온도를 적정선으로 유지시켜 주며 
태양계의 그 어느 작은 행선하나도 지구가 태양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서 보초를 서고 있나이다.

지구의 다음 다음에 위치한 목성 또한 크고 작은 유성들의 지구를 향한 돌진을
본인의 엄청난 중력으로 흡수하면서 지구의 경비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이다.

이렇듯이 우주 전체의 각각들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구체적으로 나 한 사람을 존재하게 하고 완성시키기 위해
마치 묵묵한 종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나이다.

참으로 모든 인간은 제각각 무한한 우주와 맞먹는 가치와 권위를 지니고 있나이다.

그러하기에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할 수 있어도 한 사람을 넘기가 그렇게도 어렵나이다.

마지막 한 사람을 넘으면 우리는 우주를 정복하는 것이 되며
우주의 영원성과 무한성을 얻게되나이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우리는 왜 앉지 못하고
고민과 불안과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나이까?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의 높은 산을 허물지 못하기 때문이나이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아니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자신의 존재를
본인의 자존심으로 확인하고 지켜나가기를 원하나이다.

자신의 자존심의 산을 넘어서지도 못하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매일 산에 오르고 있나이다.

자신의 자존심의 산은 조금도 허물지 못하면서
더 높은 직책과 더 많은 재물 더 고상한 명예를 얻을려고 안간힘을 다하나이다.

만물의 으뜸인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부분적이고 지역적인 지도자의 자리경쟁에서 물러나
우주의 참된 지도자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해야 하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만 넘어서면 되나이다.

나의 자존심의 높은 장벽을 허물고 부수면서 뼈아픈 고통의 하루를 지내소서.

이렇게 하루 하루를 남모르는 아픔의 날들로 채워나갈때
세상과 우주의 변함없는 이치와 진리를 얻게 되어 홀로 거룩하고 
홀로 평화로우며 홀로 행복하게 되나이다.

참으로 존경하는 님이시여,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렵고 힘든 산이 본인의 자존심이나이다.

옆에 사람들이 세상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속이고 공격하고 다투는 동안 
님께서는 오늘 하루도 쉬지 말고 거북이처럼 우주의 넓이만큼 
큰 가슴속 공간에서 한발짝 한발짝씩 님의 걸음을 옮겨 가소서.

님께서는 충분히 그리하실 수 있나이다.
왜냐하면 님은 우주의 무한함과 영원함을 얻기 위하여 태어났기 때문이나이다.

님께서는 그런 권리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위대한 존재이시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1년 1월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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