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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 이 책을 읽기 전에

by 탄천사랑 2023. 3. 18.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프너 - 괴짜 경제학」

 

 

뉴욕 타임스 매거진 New York Times Magazine/2003년 8월 3일 자.
시카고 남부의 한 도로.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미국에서 가장 영리한 젊은 경제학자(적어도 선배 학자들이 보는 바로는 그렇다)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6월 중순의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그는 낡은 초록색 셰비 카발리에를 몰고 있었는데, 
계기판은 먼지로 흐릿했고 창문은 잘 닫히지 않아 속도를 내면 둔탁한 소음을 울려댔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차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낮의 도로 역시 고요했다.
주유소와 끝이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도로, 나무 창문이 달린 벽돌 건물들이 적막함을 더했다.

나이 많은 부랑자가 다가왔다.
노숙자였다.
그가 들고 있는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불쌍한 노숙자에게 적선을!'

그는 6월에 입기에는 너무 두꺼워 보이는 해진 재킷을 걸치고 
머리에는 때 묻은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경제학자는 자동차 문의 잠금장치를 누르지도, 차를 앞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잔돈을 찾아 주머니를 뒤지지도 않았다.
그저 지긋이 지켜볼 뿐이었다.
그는 마치 둘 사이에 자기 쪽에서만 볼 수 있는 '매직미러'라도 놓여 있는 듯, 잠자코 노숙자를 관찰했다.
잠시 후, 노숙자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주 멋진 헤드폰을 끼고 있군요.:

백미러에 비친 부랑자의 뒷모습을 좇으며 경제학자가 말했다.

"제 것보다도 훨씬 좋은 헤드폰이에요. 
  저것만 빼면 훨씬 더 노숙자 같아 보일 텐데."

스티븐 레빗은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물론 다른 경제학자들과도 다르다.
이는 경제학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장점이 될 수도, 혹은 골치 아픈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책 표지를 넘기면 아무 설명 없이 나오는 글로 책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2003년 여름.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더브너Stephen J. Dubner에게 한창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 Steven Levitt을 취재하고 그에 관한 기사를 써달라고 의뢰했다.

당시 돈의 심리학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있던 더프너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형편없는 언어 구사능력에 질려 있던 참이었다.

반면에 얼마 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레빗은 수많은 저널리스트들의 취재를 겪으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건전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참이었다.
* *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John Bates Clark Medal
       2년마다 한 번씩 40세 미만의 뛰어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상.

그러나 레빗은 더프너를 만나보고 다른 저널리스트처럼 멍청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더프너는 레빗이 인간 계산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더브너는 이 젊은 경제학자의 연구 및 해석 방식의 독창성에 매료되었다.
레빗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경력을 밟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대학원, MIT 박사학위, 그리고 많은 수상 경력) 
전례 없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경제학에 접근했다.

그의 시선은 학자라기보다 매우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탐험가에 가까웠다.
스포츠에서 범죄,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섭렵하는 저술가

혹은 다큐멘티리 감독이나 법의학자라고 불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경제학을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금융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그 분야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사실 난 경제학 분야를 잘 모릅니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레빗이 더브너에게 말했다.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경제지표 계산에도 재능이 없지요.
 그리고 이론을 어떻게 세우는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당신이 내게 주가가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 묻는다면,
 아니면 경기가 호황일지 불황일지, 
 디플레이션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세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그런 것들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대답한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거죠."

레빗의 흥미를 잡아끄는 것은 일상생활의 잡다한 사안이나 일상 속의 의문점 및 수수께끼 같은 것들이다.
따라서 그의 연구들은 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잔칫상인 셈이다.
이러한 레빗의 독특하고 비범한 사고방식은 더프너가 쓴 기사의 결론 부분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레빗의 견해에 의하면,
경제학은 해답을 얻는 데 유용한 훌륭한 도구들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흥미로운 질문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학문이다.
레빗이 지닌 특수한 재능은 바로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마약 판매상이 정말로 많은 돈을 번다면 어째서 여전히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일까?
총기와 수영장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위험한가?
지난 10년간 범죄율이 급락한 이유는?
부동산 중개업자는 진실로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어째서 흑인 부모는 자녀의 인생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일까? 
고부담 시험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교사는 없는가?

** 고부담 시험(high-stakes test / 검사 결과가 개인뿐만 아니라 학교 및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시험, 

      각종 자격시험, 수학능력시험 등이 대표적이다.)

스모 선수들의 승부 조작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리고 찢어진 옷을 걸친 노숙자가 어떻게 50달러짜리 헤드폰을 끼고 다닐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그의 동료들을 포함해) 레빗의 이런 연구들을 경제학으로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른바 따분하고 재미없는 이 학문을 증류하여 불순물을 재거함으로써
경제학의 가장 순수한 목적만을 추출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과 달리 그는 개인적인 호기심과 관찰력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레빗은 직관론자이다.
그는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를 찾아낸다.

다른 베테랑 경제학자들이 '측정불가'라고 선언한 영향력과 결과를 측정하는 방법도 도출해 낸다.
그에게 끝없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최대의 관심사는 부정행위와 부패 그리고 범죄다.
(비록 그 자신은 한 번도 그러한 불법행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레빗의 불타는 호기심은 또한 수천 명의 <뉴욕 타임스>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20년간 자기 가게의 베이글 판매량에 대해 
정확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 남자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질문과 의혹,
수수께끼와 요청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CIA는 레빗의 데이터 분석 방법을 
테러리스트와 돈세탁 범죄자들을 적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들은 레빗의 신념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현대 사회가 어둡고 복잡하고 
새빨간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불가해하거나 불가지 하지는 않으며,
나아가 올바른 질문만 던진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매혹적인 세계라는 굳건한 믿음 말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관점뿐이다.

뉴욕에서 출판업자들이 레빗에게 책을 써야 한다고 설득할 때였다.

"책을 써요?"   레빗이 물었다.
"전 관심 없는데요." 

그에게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삶의 수수께끼들이 널려 있었고,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또한 자신의 글 솜씨가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레빗은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 하지만---,"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더브너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모든 사람이 공동작업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은 함께 책을 쓸 수 있는지,  
나아가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능하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분도 이에 동조하리라 믿는다.   (P10)

 

 

 

 ※ 이 글은 <괴짜 경제학>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프너 - 괴짜 경제학
역자 - 안진환 
웅진지식하우스 -  2007. 04. 25.

[t-23.03.18.  230318-16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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