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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4년 방치 자식세대 보험료 월급의 26% 낼 판

by 탄천사랑 2022. 3. 21.

중앙일보 - 2022. 03. 21. 1면

연금개혁 손 놓았더니-연금지급 필요 보험료 10%p 상승.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국민연금, 재정 악화에 고령화 여파.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방치하면서 4년 새 후세대 보험료 부담이 10% 포인트 넘게 증가했다는 추계가 나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가 연금개혁을 가장 우선순위 어젠다로 다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국민연금 4차 재정 재계산에서 사용한 인구와 장기재정 전망을 최근 것으로 새로 추계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법에는 5년마다 인구·임금상승률·국가재정전망·기금수익률 등의 변화를 반영해 70년간 연금재정을 따져 제도를 개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2018년 재정 재계산 후 네 가지 개혁안, 소위 사지선다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손을 놓았다.


보사연은 인구 가정치를 2016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 대신 2019년 추계(2017~2067년, 중위 시나리오)로 바꿨다. 장기재정전망은 2020~2060년(중립 가정) 전망치를 사용했다. 그 결과, 당해 수지 적자 전환 시기가 2042년에서 2040년으로 당겨졌고, 2050년 적자가 116조원에서 147조원으로, 2080년 적자가 657조원에서 739조원으로 커졌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급여지출 비율이 2050년 5.8%에서 6.1%로, 2080년 5.8%에서 10.8%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급격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국민연금 지출이 급증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2055~2057년 기금이 소진되면 매년 보험료를 거둬 매년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1면 -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국민연금 적자전환 2년 당겨져 … 2050년엔 적자 147조

연금개혁 손 놓았더니-당해 수지 적자 크게 늘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 경우 필요한 부과 방식 비용률(보험료율)이 4년 새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 보험료율이 20.8%(4차 재정추계)에서 25.5%(보사연 새 추계)로 증가했다. 앞으로 28년 후에 소득의 4분의 1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4차 재정재계산 때는 2057년에 그런 것으로 추정됐으나 4년 새 7년 당겨졌다.

부과 방식 비용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급격히 오른다. 2060년 26.8%에서 34.6%로, 2080년 29.5%에서 41.3%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080년에 소득의 절반가량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보사연은 이번에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사용했는데, 당시 출산율은 2017년 1.05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출산율이 더 떨어져 지난해 0.81명으로 추락했다. 한 해 출산아동도 36만 명대에서 지난해 26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부과 방식 보험료율은 이번 보사연 추정치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출산율 급락이 일부 반영됐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4년 만에 2018년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보다 부과 방식 보험료가 10%포인트나 올라갔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연금개혁을 왜 하루라도 서둘러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적연금 중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나은 국민연금이 이 정도며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은 훨씬 더 심각하다. 공적연금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며 “공적연금의 현실이 어떠한지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해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후 ① 현행 유지(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② 기초연금 30만원→40만원 ③ 소득대체율 40%→45%, 보험료 9%→12% ④ 소득대체율 40%→50%, 보험료율 9%→13% 등의 네 가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손도 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현 정부가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아 ‘연금 시한폭탄’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개혁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국민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액이 5년 새 약 37조~60조원에서 52조~81조원으로 15조~21조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연금개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심지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마저 보험료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제1분과와 사회복지문화 분과에서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후보 시절 연금개혁 방안을 가장 먼저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달 3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네 후보 간의 연금개혁 합의를 이끌어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집권 후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를 내걸었고,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연금개혁을 안 할 수 없고, 선택이 아니다”며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중앙일보 - 2022.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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