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나는 젊은 시절 한동안 연금술에 깊이 빠져 있었다.
쇠를 금으로 변하게 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할 수 있다니! 너무도 매혹적인 세계였다.
고백하자면, ‘불로장생의 묘약’ 쪽에 훨씬 마음이 끌렸다.
그 무렵,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서 사라져 버린 거란 생각은 내 젊은 영혼을 괴롭히고 있었다.
신의 존재를 느끼고 받아들이기 전이었다.
그랬으니 내 존재를 오래도록 연장시켜줄 수 있는 어떤 액체의 가능성은 나를 눈멀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물질을 얻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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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데 자네이루에는 오랫동안 '위대한 업'에 헌신해 온 두세 명이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실험실을 차려놓고 연금술사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을 찾아 몇 가지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들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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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그 다음 6년간을 지배한 것은 지독한 회의였다.
그간 나를 사로잡았던 신비의 언어들은 모두 거짓인 것 같았다.
영혼의 유배기였다.
그러나 나는 이 절망의 바닥에서 비로소 신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우리가 마음 깊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마침내 우리가 받아들어야 할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많은 시련과 시험에도 불구하고 신의 손길은 언제나 한없이 자애롭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1981년, 나는 내 운명의 길을 다시 찾게 해준 스승 람을 만났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나는 연금술의 길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혹독한 정신감응 훈련을 마치고 난 저녁으로 기억된다.
나는 연금술의 언어가 그토록 어렵고 모호한 이유를 물었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스승의 대답이었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그럼 세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 낸 사람들일세.”
아마도 스승은 스스로를 두번째 부류에 놓고 있는 듯했다.
나는 스승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또는 칼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자아의 신화. 그리고 그 단순함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신의 표지들도 알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위대한 업’은 달걀 모양의 어떤 것 혹은 플라스크에 담긴 액체 따위가 아닐 터였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 그것일 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겠는가.
스승이 세번째 부류의 연금술가를 설명하며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옮긴다.
성모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수도원을 찾으셨다.
사제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성모께 경배를 드렸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시를 낭송했고, 어떤 이는 성서를 그림으로 옮겨 보여 드렸다.
성인들의 이른을 외우는 사제도 있었다.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곡마단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 게 고작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놓을까 봐 그가 경배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아기 예수와 성모께 자신의 마음을 바치고 싶어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재주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시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p273)
- 파울로 코엘료 -
※ 이 글은 <연금술사>의 일부를 필사한 것임.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역자 - 최정수
문학동네 - 2001.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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