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회도서관 2021. 10. - Vol.494」
'마음'이라는 말은 어딘지 너무 느슨하게 들린다.
그래서 허술하고 또 살아가는데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마음이야말로 모든 일의 기본이라는 점을, 일을 할 때도, 일을 되게 만들 때도, 이사를 갈 때도,
투자를 할 때도, 실패했을 때에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 모든 때에도 결국 마음이 전부다.
그리고 팬데믹이 일상이 된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잇는 일, 지키는 일이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거기에 음악이야말로 그 마음과 연결되는 길이기도 하다.
가사가 마음을 건드릴 때도 있고 멜로디가 마음을 쓰다듬을 때도 있다.
어떤 때는 목소리 없는 음악이 위로를 줄 때도 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무심결에 우리를 쓰다듬는 음악을 소개한다.
사실 스포티파이나 멜론 같은 음악 서비스를 들을 때도 있지만 최근 1~2년 동안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즐겨 찾았다.
일할 때는 아무래도 유튜브를 틀어놓는 경우도 많고, 컴퓨터와 연결된 헤드폰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중심으로 소개할 생각이다. 한국 노래 플레이리스트는 '거의' 없다.
적적한 재택근무에 활력을 넣어 줄 팝 Playlist
재택근무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 바이올렛 피즈
플레이리스트의 관건은 첫 곡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해 처음 10초, 소개팅처럼 거기서 승부는 끝난다.
바이올렛 피즈는 시작되는 첫 곡의 인트로가 모두 취향저격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 같자만 모르는 노래들이 1시간 이상 흐른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노래들, 좀 더 깔끔하고 상쾌한 음악들이 적적한 마음을 달래준다.
어찌 되었건 피곤하면 열심히 산거야 (Playlist)
사람 목소리가 싫어질 때 - 땡쓰 포 커밍
(땡쓰 포 커밍)은 재즈를 주로 선곡하는 채널이다.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말장난을 고급지게 하는 느낌에 왠지 위로받는 기분이 된다.
틀어두기만 해도 집중력이 향상되고, 잠들기 전에 틀어두고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댓글 창 보길 추천한다.
고민상담소 같다.
심지어 상냥한 주인장은 모두의 댓글에 답글을 달아준다. 위트 넘치게.
Sigrid - Live on Tape l JUGENDFEST 2.0-2.0
자연의 소리 - 시그리드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시그리드의 미니 콘서트.
원래 그는 2020년 여름 페스티벌을 준비했지만 팬데믹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다.
그래서 시그리드의 팀은 이에 이 영상을 기획해버렸다.
음향이 매우 좋아서 소리만 듣고 있으면 노랫소리 주변으로 바람 소리, 자갈 소리, 건반 소리, 발자국 소리,
박수 소리 등이 사라락 흩어진다.
New lndie Folk;Januarg 2021
최신 인디 포크 송 - lndie Folk Central
개인적으로 매우 사랑하는 플레이리스트 채널로,
캐나다에 있는 비영리 사이트 (인디 포크 센트럴)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로 영미권의 인디 포크 송만 추천하는데, 제목도 분위기도 옛날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심플하다.
어디서도 듣기 힘든 곡들을 접할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데일리, 주간, 월간, 연간 기준으로 1시간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하는 이 채널은
특히 주말 오후에 매우 잘 어울리기도 한다.
배경으로 쓰이는 사진 역시 이국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이라 모니터에 띄워놓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playlist)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
사려 깊은 위로의 음악 - 리플레이 LEEPLAY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특징은 각자의 사연과 마음을 담아 적어 놓은 댓글들이다.
오래전 라디오 엽서를 보내는 마음으로 오늘 있었던 일, 조그만 바람, 사과하고 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 등을 적어 놓은 사람들과 그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네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리플레이' 채널에는 특히 따뜻하고 소박한 댓글들이 많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 사연들을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는 하루가 된다.
거기에 운영자가 적어두는 시나 문장도 인상적이다.
가을 느낌 충만한 이 플레이리스트에는 황경신 작가의 글을 적어뒀다.
- 그저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도 견디다 보면
기다리는 게 오기도 한다는 걸 알려준 여름,
이걸 또 까맣게 잊을 때쯤 겨울의 끝도 오겠지.
믿음을 그리 쉬 부수지 말라고. - 황경신-밤 열한 시 중에서
Tash Sultana;Ting Desk Concert
무한반복 - 타쉬 술타나
기타리스트 타쉬 술타나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그는 멜버른의 싱어송라이터로 애초에 버스킹으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유튜브를 통해 국제적인 인기를 얻었다.
타쉬 술타나에게는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는데, 10대 후반에 마약에 빠졌던 이력이 있다.
그를 구원한 것은 음악, 하지만 도저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버스킹을 시작했다.
작사, 작곡뿐 아니라 혼자서 모든 악기의 연주, 편곡, 프로듀싱까지 해내는 인물이라서
그의 연주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니크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트립을 경험할 수 있다.
2018년에 발매된 앨범의 제목은 'Flow State' 말 그대로 몰입을 위한 음악.
(Playlist)be that girll a morning motivation
가볍게 상쾌하게 - cee
'cee'는 이제 막 생긴 플레이리스트 채널이다.
하지만 어설프거나 서툴지 않다.
섬네일의 통일감, 선곡의 신선함이 모두 인상적인데, 무엇보다 각각의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소개글이 재미있다.
영어로 쓰였지만 대충 읽거나 번역기로 봐도 충분하다.
격려, 응원, 위로의 말이 적혀 있다.
그래서인지 갓 시작된 플레이리스트인데도 댓글이 많다.
모두 서로를 응원하거나 격려하는 메시지다.
새삼,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은 곧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마음을 나누는 것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을 생각한다.
"항상 완벽하고 생산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하고 싶은 작은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누구인지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것들 앞에서 멋진 하루를 보내세요." (p27)
차우진 - 음악, 산업 평론가
월간 국회도서관 2021. 10. - Vol.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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