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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 64호-멀리 세운 비전이 진짜 비전이다.

by 탄천사랑 2016. 3. 28.

「KU today 64호 - 멀리 세운 비전이 진짜 비전이다」

[20-0319-1(4)]

 

 

멀리 세운 비전이 진짜 비전이다.    
그는 '망원경'을 든 심리학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부분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대신,
'그런 마음'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어떤 사회를 이루는지 전체적으로 크게 내려다보는 까닭이다.
그런 그가 말한다.
되도록 멀리,
가급적 길게 비전을 세우라고,
그러면 소소한 실패나 무의미한 휴식 조차도 값진 거름으로 남을 거라고,
단지 망원경을 건네받았을 뿐인데,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어럼픗이 보인다.


되도록 멀게, 가급적 길게
2초쯤 멈췄을까. 
그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을 토해내던 그가 딱 한 번 숨을 고르고 간다.
살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느냐는 물음 앞에서다. 
행복한 적이 없어서 말문이 막혔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되레 그 반대이다. 
살아온 모든 날들이 기쁨으로 충만했기에,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선뜻 대답하지 못한 것이다.

공부 할 땐 공부 덕분에 행복하고, 
가족과 함께 있을 땐 가족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 바로 그다.

삶의 단 한 순간도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살아본 적이 그는 없다.
인생을 길게 바라보고,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즐기며 살아온 결과다.
비전을 세우는 방식은 고스란히 그 사람의 행복과 연결된다. 
그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비전을 제대로 품으려면 멀리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해요.
 길게 바라봐야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의 '이유'가 나오거든요.
 가령 대학에 가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쳐요,
 인생을 멀리 바라보는 사람들은 '왜' 대학에 가려는지 본인이 잘 알아요.
 만약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대학엘 가려 했다면 대학에 떨어져도 실패한 사람이 되지 않아요.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면 되니까요.
 하지만 '왜' 라는 질문없이 단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인 시람은 입시에 떨어지는 순간 실패자가 돼 버려요.
 비전을 멀리 잡을수록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죠."
  
선택의 여지도 많아지지만 '휴식'의 여유도 많아진다.
만약 10년짜리 목표를 세우면 6개월 정도는 허튼짓을 해도 별 문제가 안 되지만,
3년짜리 계획을 잡으면 6개월이나 딴 짓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안에 꼭 해야 할 몇 가지 것들, 그런 식의 비전들이 문득 '수상' 해진다.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목적지에 닿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질문은 사라지고 당위만 남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비전이 아닌지도 모른다.


비전은 '상상력'이다
몇 년 전 <가끔은 제정신> 이라는 베스트셀러로 '착각'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유쾌하게 들려줬던 그는 

최근 <어쩌다 한국인> 이라는 화제작으로 '중 2병' 에 걸린 한국인의 심리를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가 대한민국을 사춘기에 비유하는 건 
'폭풍성장'이 끝나고 자아 정체감을 갖는 시기가 지금의 우리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다.
제대로 된 비전이 마침내 필요해진 셈이다.

"근데 비전을 세우라 그러면 다들 똑같은 비전을 세워요.
 남을 따라하는 건 내 비전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에요.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비전이 나오니까요.
 비전을 세우라고 말하기 전에, 많이 상상하란 말을 먼저 해주고 싶어요.
 가령 대학생이라면, 
 한국에서 얼마 안 되는 취업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대신 외국에서 취업할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같은 데 가서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재능들을 사용할 방법을 알아보는 거죠.
 어떤 나라에 무엇이 필요한지 젊은이들에게 빨리 보여줘야 해요."

자기만의 '미칠 거리'를 찾는 것,  그는 지금의 한국인이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비전으로 그것을 꼽는다.
끝이 보이지않는 저성장시대,
모든 것이 천천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 느린 사회에선 
물질적 성공과 성장 외에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밖에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미친 짓으로 보여도 자신에게 행복이 되는 무엇, 그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비전있는 사회'라고 그는 생각한다.


비전을 세우는 데 '포기'가 필요한 이유
'포기는 배추 썰 때나 쓰이는 말이다.'
포기를 싫어하는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문장이다. 그는 이 말을 아주 싫어한다.
제대로 된 비전을 갖는 데 '포기'는 매우 유용한 보석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본질은 포기예요.
 비슷비슷한 것 중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선택을 할 수 있죠.
 한국사회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포기를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는 거예요.
 예컨데 다섯살 때부터 무언가를 포기할 줄 알면 나중에 커서 자신이 했던 선택만 남아요.
 이걸 포기하면 또 다른 걸 선택하는 식으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만약 스믈다섯 살에 처음으로 포기라는 걸 하면 그 사람은 그냥 포기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 상처가 엄청 크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같은 학교 의대에 다니던 한 친구를 요즘도 가끔 떠 올린다.
의대를 졸업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학비를 내고 엄청나게 많은 공부를 했던 그 친구는
시골로 내려가 의사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갈 꿈에 부풀어 있었다.
돈 잘 버는 의사가 된다거나 세상에 이름을 내는 의사가 된다는 생각은 친구의 꿈속에 없었다.
'용기있는 포기'가 아름다운 비전을 만든다는 걸 그 친구가 일깨워줬다.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가 진정 비전 있는 사회예요.
 포기도 실패도 인생의 값진 거름으로 남는 그런 사회요.
 중요한 건 비전의 속도가 아니라 비전의 방향이예요.
 느리게 가더라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기만 하다면 중간중간의 소소한 실패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재미'라는 이름의 비전
그는 고려대 심리학과 88학번이다.
그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해도 심리학은 그리 '비전 있는' 학문이 아니었다.
그의 대학 동기 중 하나는 심리학을 전공한다는 이유로 애인과 헤어진적도 있다.
전공에 비전이 없다고 애인의 부모가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심리학이 이젠 '열풍'이란 단어의 주인공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런 답변을 내놓는다.

"30년 후엔 또 무엇이 뜰지 모른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건 이미 비전이 아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은 2지망으로 심리학과에 들어왔어요.
 간절히 원한 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1년만 다녀보자 생각했죠.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심리학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는 사회심리학자다.
심리학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이 일에 즐거움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낀다.
사명감도 크지만 즐거움이 그보다 한 수 위다.
그것이 무엇이든, 재미가 없다면 그를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미있는 일이면 그는 한다.
자신만의 '미칠 거리'를 만나면, 득달같이 뛰어들어 아이같이 몰입한다.
그의 비전은 '재미'다. 
쏘아올린 별이 거기에 있으니, 삶이 조금 어두워져도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p09 )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선택과 의사결정, 위험지각과 후회 및 판단오류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분야의 저명한 국내외 학술지에 지금까지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역서로는 2012년에 발간한 베스트셀러  <가끔은 제정신> 2015년 <어쩌다 한국인> 등이 있다.           

글 -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출처 - KU today 64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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