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간다 - 지셴린 (季羨林) / 추수밭 2009. 01. 05.
철학자에게 철학이란 그 무엇보다도 숭고한 가치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나는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의 철학은 나 같은 범인들에게는 그 가장자리에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다.
그들의 철학은 신성한 신전에 홀로 않아,
눈이 부셔 도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고상한 광채를 발하고 있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한가로울 때에나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늘 우리 '사람 人'의 '생명 生'은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날지 미리 계획을 세운 뒤에 태어나,
그 계획을 착착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결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리둘절한 상태에서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성장하며,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요절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말이다.
생명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역시 수동적이다.
죽음을 향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오로지 하나뿐이다.
바로 자살이다.
그러나 이 주도권마저도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는 없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토록 인생에 대하여 수동적이고 모호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설마 인생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겠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난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난 우리가 이렇게 수동적이고 어리둥절한 인생을 살면서도 여전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든든히 먹은 다음에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른 후,
또는 골프장에서 후련한 샷을 날린 후,
자신에게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설마 삶이 멋대로 즐기기 위해 있겠는가?
아니면 사람이 설마 추위와 굶주림을 참기 위해 태어났겠는가?
자신에게 이런 간단한 문제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눈앞이 밝아지며, 앞을 가리고 있던 희뿌연 안개가 조금은 걷힐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한번 해보시라.
※ 이 글은 <다 지나간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10.02.13. 20220205_15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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