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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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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우-情事

by 탄천사랑 2008. 2. 4.

 

....
일단 마음속에서 무방비 상태가 되자 그때까지는 어느 정도 제어가 되던 몸속의 액체가 
밖으로 마구 흘러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껏 한번도 자신의 몸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서현은 순간 당황했다. 
물론 준일과 잠자리를 할 때도 완전히 메말라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마찰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었지 이런 정도는 상상도 못해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액체가 흘러 속옷까지 젖자 이젠 마음도 몸도 완전히 열린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우인이 티서츠를 벗겨 내어도 서현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옷을 벗겨 내자 의외로 격렬하던 우인의 키스는 잦아들었다. 
다만 가볍게 유두에 입을 맞춰 주고는 서현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서현은 자신의 가슴에 와 닿는 우인의 가슴이 너무 좋아서 우인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그대로 있었다.

우인의 땀냄새와 심장의 고동 소리,  그리고 밖의 빗소리가 한꺼번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우인의 한손이 조용히 서현의 배를 쓰다듬으며 내려오더니 바지의 단추를 풀어 냈다. 
서현의 머릿속에 순간 "이렇게 까지"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떠올라 우인의 손을 잡았지만 우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느다란 음모로 덮여 있는 서현의 언덕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서현은 잡았던 우인의 손을 풀고는 위로 올려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눈을 꼭 감았다. 
다시 아무런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다만 흠뻑 젖은 자신을 만지면서 우인이 혹시라도 비웃지 않을까만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우인은 거기까지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서현의 보드라운 언덕만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줄뿐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서현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서현의 몸속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액체를 막을 그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도리어 속옷을 벗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것을 알았는지 우인이 몸을 일으키더니 서현을 향해 무릎을 끓고 앉았다.

그때까지 둘을 덮고 있던 이불이 벗겨지면서 우민의 몸이 서현의 눈앞에 드러났다. 
우인은 흰색의, 몸에 붙는 반바지 타잎의 팬티를 입고 있었다. 
우인은 서현의 바지를 잡더니 잠시 서현을 바라보았다. 
서현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어주었고, 우인은 팬티는 남겨둔 채 바지를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서현을 내려다보았다. 
밖엔 비가 조금 더 거세지는지 후드득 소리가 요란해 졌다.

서현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암흑 속에서 자신의 팬티와 몸의 경계선에 우인의 입술이 느껴졌다. 
서현의 허리와 배에 가볍게 입맞추던 우인이 서현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잠시 서현을 혼자 두었다. 
서현이 눈을 뜨자 우인은 자신의 팬티를 벗고 있었다.

서현은 다시 눈을 감았다. 
우인이 서현의 다리를 가만히 들어올리더니, 들어왔다. 
서현은 우인이 첫 번째 들어왔을때 이미 절정에 이르렀다. 
지금껏 십 년이 넘도록 준일과 살면서 무수히 치러낸 잠자리들, 
세어 보면 수백 번도 넘을 그 잠자리 동안 한번도 맛보지 못했던 절정을 단 한번의 마찰로 서현은 느꼈다. 
그리고 우인이 마찰을 거듭하는 동안 그 절정의 쾌감은 점점 확대되어 나갔다.

서현은 우인의 것으로 꽉 들어찬 자신의 아랫도리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마비가 점점 전신으로 번져 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러고 싶었어요." 

우인이 서현의 귓전에다 숨가쁘게 내뱉었다.

"당신도.... 
  나랑... 이러고... 싶었...."

서현은 우인의 목을 끌어안고,  다리로는 우인의 허벅지를 휘감고 부들부들 떨었다. 
우인은 서현의 위에서 두 눈을 부릅뜬 채 서현을 내려다보며 마찰을 하고 있었다. 
서현은 마치 커다란 고인돌에 눌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인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의 쾌감으로도 서현은 죽을 것만 같았기에 
우인에게 제발 그만 움직여 달라고 빌었지만 우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형벌을 더욱 더 강하게 내렸다. 
마침내 서현은 자신의 몸이 완전히 분해되어 버린 것이라고 믿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몸속 깊은 곳에서 일어났다. 
우인의 것이 자신의 몸속 깊은 곳의 어느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작은 폭발 같은 것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충격은 전신으로 빗살처럼 번져 나가  서현의 몸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다. 
서현은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지만 그 사이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득한 곳에서 우인이 지르는 것으로 들리는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서현은 한동안의 무의식 상태에서 돌아 왔다. 
서서히 주변의 소리가 다시 들려 오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소리와 전깃줄에 바람이 갈라지며 내는 휘파람 소리, 
우인이 내뿜는 거친 숨소리,  하지만 서현의 절정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적의 몸에 꽂힌 벌침처럼 서현의 아랫도리는 혼자서 응축을 되풀이했고, 
그럴 때마다 쾌감이 간혈적으로 다시 찿아왔다. 

소리 다음으로 되돌아 온 것은 피부의 느낌이었다. 
서현은 자신의 몸이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과 

이불 역시 그 땀과 서현의 몸에서 흘려나온 액체로 인하여 축축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왔다. 
우인은 발치로 밀려났던 이불을 끌어당겨 덮고는 서현의 머리를 가슴에 올려놓았다. 
이불 속은 다시 따뜻해졌다. 
다리는 뒤엉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동안 주변의 소리를 들었다. 
서현은 자신의 이마에 우인의 숨결을 느끼며 점차 잠으로 빠져 들어갔다.


서현이 잠에서 깨어난 것은 조금 어둑해져 가는 시간이었다. 
눈을 뜨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인의 얼굴이 제일 먼저 보였다.
서현은 순간 자신이 지금껏 잠에서 깨어나며 본 광경중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잠들었었죠?"  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비가 와요?" 

역시 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은 귀를 기울여 보았다. 
고궁의 나뭇 잎들에 뿌려지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서현은 문득 자신이 이 시간에 아무 곳에도 들어갈수 없는 사람이라면,  하고 상상해 보았다. 
어느 처마 밑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겠지.

짧은 처마 만으로는 비 바람에 점점 젖어 올 것이고,  추위에 덜덜 떨겠지. 
하지만 이불 속은,  그리고 우인의 가슴은 따스했다.

서현은 우인의 가슴팍을 조금더 파고들었다. 
우인도 그런 서현을 눈치챘는지 서현을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우인 씨는 안 잤어요?"
"잤어요. 
  조금 먼저 깼어요"

서현은 자신을 가까운 곳에서 들어다보는 우인의 시선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시선만으로도 젖어 오는 자신을 느꼈다. 
서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우인이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키스해도.... 
  돼요?" 

물론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우인은 키스를 하며 서현의 작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서현은 자신이 아기가 된 듯한 환상을 느끼며 우인의 입 속을 더욱 파고들었다. 
문득 서현에게서 떨어진 우인이 다시 서현의 몸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서현의 목과 가슴과 배로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서현은 이불 속으로 사라지는 우인의 머리를 보며 
다시 자신이 막막한 쾌감의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간 우인은 서현의 다리를 벌리게 했다. 
그리고는 서현을 마시기 시작했다. 
서현의 몸속에서 다시 엄청난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현은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우인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참고 참았던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서현은 자신이 노예처럼 쾌감의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자위했다. 
이 소리마저 내지 않고는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인이 이불 속에 있으니 혹시라도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우인은 서현의 몸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자신의 얼굴을 다 적시고 이불을 다 적셔도 멈추지 않았다. 
서현의 몸안에서는 절정이 이어지고 또 겹쳐져서 서현을 미친 사람처럼 신음하게 했다. 
서현은 벌써 몇 번째인지도 알 수 없는 애원을 했다.

"제발 그만해요. 
  죽을 것만...    죽을 것만 같아요"

그러자 우인의 얼굴이 서현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우인은 자신의 얼굴을 한동안 서현의 배에 비벼 댔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있은 후 우인의 몸이 서현의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은 조금 전과는 달랐다. 
조금 전에는 모든 것이 마비되는 듯한 육중한 감각이었지만 
이번에는 서현의 모든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나는 듯한 미묘한 감각이었다. 
서현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우인의 몸의 섬세한 주름과 가느다란 혈관까지 느꼈다.

우인은 천천히 움직였다. 
서현은 몸을 활처럼 휘면서 악다문 이 사이로 흐느낌을 내뱉었다. 
서현은 우인의 목에 매달렸다.

지금 우인이 몸을 뺀다면,  자신을 내버려둔다면 자신은 죽을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인의 몸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서현은 치차(齒車)처럼 지그재그로 절정을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애드벌륜처럼 떠오르는 순간적인 절정은 아니었지만 한번 정상에 오르면 좀처럼 내려올 수 없는, 
그런 상승이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 서현은 오래도록 그 봉우리에서 머물렀다. 

서현은 우인의 목에 매달려 입맞추고 다리로는 우인의 허리를 휘감고, 
우인의 모든 수분을 자신이 빼앗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었다. 
우인의 타액과 땀, 
그리고 또 다른 액체까지. 
서현은 자신의 몸이 압지처럼 모든 수분을 빨아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의 결합은 첯 번째의 몇 배에 달했다. 
그것은 느린 속도였고, 그랬지만 더욱 강렬했다. 
두 사람은 절정에서 내려온 후에도 한증막처럼 뜨거운 이불 속에서 
땀투성이의 몸을 서로 미끌거리며 뒤엉켜 꿈틀거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타액으로 뒤범벅 시키며 짙고 깊은 키스를 멈추지 않았고, 
우인의 몸은 아직도 서현에게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서현은 그런 우인의 몸이 여진을 일으킬 때마다 바보처럼 다시 쾌감에 빠져 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물이라도 마시기 위해 이불을 젖혔을 땐 실내도 이불 속처럼 캄캄해진 시간이었다. 
다만 방에 난 조그만 창으로부터만 흐릿한 푸른 빛이 들어와 
두 사람의 형체를 서로 식별할 수 있게 해 줄 뿐이었다. 

"벌써 이렇게 캄캄해졌군요." 

서현이 낮게 말하자 어둠 속에서 우인이 끄덕이는 것 같았다.

"비는 멎은 거 같아요." 

하지만 바람 소리는 여전히 들려 왔다. 
서현은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과 우인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어둠 속에서 서현은 우인에게 가까이 가 안겼다. 
바람소리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른 태풍이라도 온 것처럼.  (p168~175)  

 
김대우 - 『情事』   
은행나무 - 1998.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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