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황홀 - 구본형/을유문화사 2004. 11. 04.
3월 23일
책을 읽다 좋은 글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좋은 글이란 벌써 내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 벌써 들어와 있지만 미처 내가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보는 순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이미 낯익은 것이기 때문에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 내는 작가의 재주에 경탄하지만
우리를 정말 기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표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살며 느끼고 이해한 것만큼만 우리는 알아낼 수 있습니다.
독서의 깊이는 삶의 깊이와 같습니다.
나는 가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소설 속에 숨으면 부끄러운 일을 미화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그저 마음이 흐르는 대로 문화와 문명의 한계를 넘어 강물처럼 쓸 수 있을 텐데요.
나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쓸 수 있으니까요.
문명과 문화로부터, 그 의도된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그게 소설의 장점입니다.
마음속에서 열정이 살아납니다.
글쓰기를 통해 다시 통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왜 가끔 소설을 쓰고 싶은지 알았습니다.
자유로운 글쓰기기 때문입니다.
상상 속에서 현실의 제약과 덫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으니까요.
허구처럼 신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자유, 자유니까요.
※ 이 글은 <일상의 황홀>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6.19. 20230602_1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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