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 동냥 그릇 」
이 책 <동냥 그릇>에는 150여 편의 우화가 실려 있다.
이것들은 예부터 중근동 지역에 널리 살았던 이름 모를 수도자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을 통틀어 신비주의자라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농사꾼, 정원사, 화가, 시인, 거지, 성직자, 바보, 종, 이교도, 이야기꾼,
방랑자 따위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나는 그들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이 우화집을 엮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아니 그들의 삶을, 상황을 만나면서
나는 크게 혹은 미묘하게 통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이 나면 비약도 해보고 기가 막히면 틀어지기도 하면서
적어 본 그들과의 연애담을 각 우화마다 코멘트로 붙여 보았다.
말씀드리자면 이 코멘트는, 전혀 심각하지 않은 나의 연애담이다.
연애는 심각하게 하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마음 깊이 새겨야 할 일이란 도무지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생각이다.
그 마음에 무언가가 깊이 새겨지면 그 마음은 벌써 굳어지고 병들기 시작한다.
연애는 심각한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동냥 그릇>은 우리 마음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하는 심각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물과 같이 흐른다.
흐르는 물을 어떻게 마음에 새긴단 말인가?
우리는 다만 물과 더불어 흐르면서 자유와 저항을 느끼면 된다.
거기엔 무수한 변화가 있고, 그리고 그 속에 길이 있다.
무수한 변화 속의 길, 이것이 바로 삶의 신비라는 것 아닌가?
- 1991년 여름에 원당에서 박상준.
※ 이 글은 <동냥 그릇>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박상준 - 동냥 그릇
장원 - 1993. 01. 20.
[t-07.05.16. 20220503-184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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