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 괴짜 경제학」
<위키스트 링크>의 숨겨진 인종차별
평범한 시민이라 할지라도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사양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장소에서 인종차별의 증거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의외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TV 게임 쇼 <위키스트 링크>는 인종차별을 연구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실험장이다.
영국에서 수입한 '위키스트 링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 데,
이 프로그램은 여덟 명의 참가자가 질문에 답을 맞히며
공동으로 상금을 모아놓고 나중에 한 사람이 차지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정답을 많이 맞힌다고 해서 반드시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의 투표를 통해 그중 한 사람을 탈락시키기 때문이다.
탈락자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질문에 답하는 지적 능력이며,
인종, 성별, 나이는 결과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실제 투표 결과와 논리적으로 참가자의 사리에 맞는 투표 방향을 측정해 보면
이 프로그램 내에 인종차별이 만연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투표 전략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초기에는 정답을 대는 실적이 낮은 참가자들을 탈락시키는 게 이성적인데,
상금의 액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답을 맞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이 후반에 이르면 사람들의 인센티브에는 변화가 생긴다.
상금의 액수를 늘리고자 하는 목표는 이제 그 상금을 타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가치를 상실한다.
따라서 자신보다 똑똑한 참가자들을 탈락시키는 것만이 자신이 우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다.
간단히 말해,
평범한 참석자라면 전반에는 질문의 정답을 맞힐 만한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을 탈락시키고
후반에는 성적이 지나치게 좋은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이 정상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모든 일이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하라.
참가자들은 그들의 친구, 가족, 직장 동료들이 TV를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위키스트 링크>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가?
재미있게도, 희생자는 흑인이 아니다.
160개 이상의 에피소드를 분석한 결과,
흑인 참가자들은 절반이든 후반이든 정답을 맞히는 지적 능력에 따라 탈락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참가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결과는 별로 놀랍지 않다.
반인종차별 운동과 여성운동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활발했던 사회운동이었고 ,
현재 흑인과 여성을 차별하는 일은 거의 죄악에 가까운 행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당신은 20세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의 잘못된 차별의식이 실질적으로 거의 근절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일이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여겨지기에 실제로는
가장 몰상식한 사람들마저 적어도 공공장소에서만은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고자 노력하는 것일까?
이는 곧 차별의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
단지 사람들이 곁으로 표현하기를 꺼린다는 의미가 된다.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 대우의 부제는 우리 사회가 진정 평등해졌음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단순한 제스처에 불과한가?
그 대답은 여성이나 흑인만큼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른 집단을 살펴봄으로써 구할 수 있다.
실제로 <위키스트 링크>의 투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종류의 참가자 집단이 지속적인 차별 대우를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바로 노인과 히스패닉이다.
경제학계에는 두 가지 유형의 차별 이론이 존재한다.
아주 흥미롭게도, <위키스트 링크>에 참가하는 나이 많은 참가자들과 히스패닉들은
각기 다른 유형의 차별에 의해 고통 받는다.
첫 번째 차별 유형은 '취향에 기반한 차별'로,
단순히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유형은 '정보에 기반한 차별' 인데,
특정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위키스트 링크>에서, 히스패닉은 정보에 기반한 차별을 받는다.
다른 참가자들은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히스패닉이 문제를 푸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견해가 다른 참가자들의 무의식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난 히스패닉 참가자가 그 능력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초반에 탈락하거나,
혹은 큰 위협이 되는 경쟁자로 인식되지 않아 후반에도 탈락하지 않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에 노인 참가자들은 취향에 기반한 차별의 희생자다.
프로그램 전반에도 후반에도, 그들은 실력과 상관없이 탈락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다른 참가자들이 단순히 노인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위키스트 링크>에 참가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자신이 히스패닉과 노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그들은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한껏 긴장한 채 정신없이 게임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제기된다.
만일 이들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 있다면,
자신의 취향(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을 어떻게 표현하고 공개할 것인가? (p111)
※ 이 글은 <괴짜 경제학>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 괴짜 경제학
역자 - 안진환
웅진지식하우스 - 2007. 04. 25.
[t-23.06.30. 2230602-171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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